AI가 국가의 가장 중요한 혁신 과제가 된 지금, AI 3대 강국이라는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한 차원 높은 단계의 선도 연구를 수행하는 기관이 있습니다. 바로 2024년 10월 출범한 국가AI연구거점(National AI Research Lab: NAIRL)으로 글로벌 AI 리더 양성과 산·학·연 AI 생태계를 장악하는 플랫폼으로서 역할을 다하고 있습니다. 국가AI연구거점을 이끌고 있는 김기웅 센터장은 카이스트(KAIST) 교수를 겸직하면서 국내외 연구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해 우리나라 AI 발전의 새로운 이정표를 만들고 있습니다. 국가AI연구거점 출범 1년을 막 넘긴 2025년 11월 12일 서울 양재동 AI허브에서 김기웅 센터장을 만나 AI 연구의 현재와 미래 그리고 우리나라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에 대해 들어보았습니다.
김기웅 국가AI연구거점(NAIRL) 센터장은 한국 AI 원천기술 연구의 방향을 설계하는 핵심 리더이자, 카이스트에서 학사, 브라운대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한 뒤 삼성SDS와 삼성종합기술원에서 연구 경력을 쌓고 2006년 카이스트 교수로 부임했습니다. 현재는 카이스트, 고려대, 연세대, 포스텍(POSTECH)과의 해외 유수 연구진이 참여하는 국가AI연구거점을 이끌며 스케일링 법칙 초월 연구와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 등 차세대 기반 기술 확보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특히 산·학·연을 아우르는 협력 생태계를 구축하여 대한민국이 글로벌 AI 경쟁에서 주도권을 확보하는 데 전력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 국가AI연구거점의 설립 취지와 역할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국가AI연구거점은 대한민국 AI 연구의 구심점 역할을 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산·학·연 AI 연구 허브입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정보통신기술평가원(IITP)의 지원과 서울시, 서초구청 등 지자체, 12개 민간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2024년 10월 출범했어요. 현재 카이스트, 고려대, 연세대, 포스텍(POSTECH) 4개 대학과 컨소시엄을 맺고 국내 45명, 해외 19명의 교수 연구진과 각 대학 대학원생까지 250여 명이 참여한 다양한 학술 연구를 수행 중입니다.
AI가 국경이 세계 3대 강국으로 자리 잡는 데는 여러 가지 역할이 필요하지만 그중에서도 미래를 내다보는 학술 연구는 굉장히 중요한 축이에요. 이런 의미에서 국가AI연구거점에는 미국, 캐나다, 프랑스, 아랍에미리트(UAE) 등 해외의 국가 연구진이 일정 기간 상주하며 국내 연구진과 함께 도전적인 공동 연구를 수행 중입니다. 향후에는 정기적인 국제 세미나 개최 등 글로벌 협력 네트워크를 넓혀나갈 예정입니다.
– 국가AI연구거점을 이끌고 계신 센터장님에 대한 소개도 부탁드립니다.
카이스트 졸업 후 미국 브라운대에서 컴퓨터공학 박사 학위를 마쳤고 2006년 카이스트에 교수로 부임해 지금까지 연구와 인재 양성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스스로는 할 줄 아는 것이 AI밖에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다양한 AI 분야 중에서도 특히 자연어 처리와 강화학습 분야를 주로 연구하고 있습니다.
강화학습은 알파고 이후 일반인에게도 꽤 익숙한 용어가 됐는데요. 아마 한국에서 해당 개념만 전문적으로 다루는 정규 강좌를 시작한 것은 제가 최초일 겁니다. 2007년 카이스트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강화학습 교과목을 개설한 이후 줄곧 그 방면에서 연구를 이어오고 있어요.
– AI 생태계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무엇이라 생각하십니까.
저는 ‘인재 양성’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학교수라는 배경 때문에 인재를 더 중시하는 면도 있지만 그보다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AI를 개발하고 활용하는 주체가 결국 사람이라는 것이에요. 특히 우리나라처럼 인구 감소라는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는 국가에서는 AI 경쟁력의 기반이 되는 인재 확보가 더욱 절실하죠.
기업에서도 AI 인재를 우선하다는 이야기는 자주 듣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AI 연구 인력 채용을 주도하는 흐름이 공존하고 있어요. 해외에서도 저렴한 기업이 규모를 키웠다가 다시 감축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이처럼 AI 인력 시장은 매우 가변적이고 불확실성이 높은 환경입니다. 지금의 인재 부족 현상이 5년, 10년 뒤에도 이어질지는 장담할 수 없어요.
그래서 국가AI연구거점의 인재 양성 계획은 겉으로 보이는 것에 만족은 내키지 않고 모든 수준의 AI 엘리트를 확보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다소 도전적인 연구를 수행하며 많은 연구 성과를 만들고자 합니다.
– 국가 차원의 AI 인프라가 민간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어떤 방향으로 확장돼야 한다고 보시는지요.
얼마 전 챗GPT 웹사이트 CEO가 우리나라에 ‘그래픽처리장치(GPU) 26만 개를 공급하겠다고 해서 AI 분야가 굉장히 고무된 상황입니다. 이 같은 AI 기술의 핵심 인프라가 일선 대학의 모형연구에도 많이 배분되면 좋겠습니다.
해당 GPU 확보 물량은 거대 AI 모델 개발이라는 뚜렷한 목적에 주로 사용될 것으로 보여요. 하지만 대학에서 학생들이 자유롭게 이것저것 해볼 수 있는 환경을 갖추는 데도 분명 진로가 필요합니다. 장기적인 측면에서는 그 것이 더 좋은 투자가 될 수 도 있어요.
과거에 그런 사례가 있었습니다. 우리나라 대학 중 처음으로 캠퍼스에 인터넷이 도입된 곳이 카이스트였는데 당시 국가 연구 보조금을 사용하며 학생들이 인터넷을 마음껏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했습니다. 그런데 학생들은 그 자원을 연구보다 게임에 더 많이 썼어요. 세금 낭비처럼 보였지만 훗날 그 경험을 바탕으로 백화점, 은행은 물론 글로벌 기업 회사의 창업자가 나왔죠. 해당 기업은 지금도 막대한 외화를 벌어들이고 있습니다.
줬을 때의 염려든 어떤 형태든 양분이 됩니다. 그 경험에 기반해 더 큰 성과를 낼 수 있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국가 차원의 AI 인프라를 학생들의 기초 연구에 투자해 주길 당부드립니다
– 글로벌 AI 경쟁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한국형 AI 거버넌스의 갈 길은 무엇이며 어떤 부분을 보완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해외 AI 연구자들과 대화하다 보면 우리나라를 굉장히 부러워합니다. 옛일이기도 했지만 AI 분야에서 반도체부터 서비스까지 이렇게 통째 스택별 생태계를 갖춘 나라는 프랑스가 드물거든요. 여기에 대한 정부의 의지 역시 강력해서 민·관 시너지도 기대할 수 있고요.
우리나라 인재의 경쟁력도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자부합니다. 미국이나 중국에 비해 인원 수만은 적지만 개개인의 역량만 놓고 보면 올림피아드에 버금가는 수준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역량이 너무 뛰어나다 보니 그들이 해외로 빠져나가지만 막으려는 조치가 쉽지 않은 구조적 문제입니다. 그 이외에도 이를 인위적인 측면으로만 보는 것은 아닌 것 같아요. 오히려 우리나라 인재가 세계 무대에서 경쟁할 좋은 기회라고 긍정적인 관점에서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을 경쟁에서 벗고 수용하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우리나라 환경이나 생태계를 더 잘 갖춰야 해결될 문제입니다. 젊은 엘리트들의 가슴을 뛰게 하고 동남아시아 개발도상국의 우수 인력으로 채울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해외 인재가 우리나라를 진로로 삼고 실제로 정착해서 기여할 수 있도록 글로벌화된 K-연구 환경을 만들어야 해요.
– AI 인재 양성이 단순한 기술 교육을 넘어 사명감으로 전환된 것 같습니다. 미래형 AI 인재는 어떤 역량을 갖춰야 한다고 보십니까.
지금 인공지능 ‘잘하는’ 학생은 커리어를 잘 쌓고 있는데 이 외에 윤리 역량 역시 중요할 것 같습니다. AI를 잘 활용하려면 결국 사람들을 팀으로 엮어 일해야 하니까요. 물론 윤리 의식도 중요합니다. AI와 공존하는 사회에서 살아가야 하는데 AI가 올바른 답을 내놓도록 AI보다 한 단계 위에서 사고하는 능력을 갖춰야 해요.
한편 요즘 대학 연구팀에서는 교수가 기술적으로 뛰어나야 하는 학생 대신 AI를 시키는 바람에 학습의 기회를 박탈당하는 분위기도 합니다. 이는 결국 AI 사회 초년생의 실력 자체가 줄어드는 문제로도 연결되기 때문에 한 번쯤은 짚고 넘어가고 싶어요.
사실 지금은 같습니다. 일부 기업에서 실험적으로 초보 개발자가 AI 개발자를 포함한 비전문 코딩 테스트를 하고 있는데 사실상 AI 개발자가 다시 검토해서 일일이 수정하는 작업을 합니다. 그렇다고 AI 개발자를 인력으로 대체하려는 프로젝트가 실현될 가능성이 아주 적습니다. 컴퓨터의 속도가 느릴 때를 떠올려보면 비슷한 상황이 없지는 않았을까요. 따라서 AI도 시간이 지나 기술이 정착 단계에 이르면 상황이 또 달라질 것입니다. 지금은 인간과 AI의 공동 작업 방식에 대해 고민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생각해요.
– 이제 모든 산업, 모든 기업에서 AI를 빼고는 생존을 논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AI와 관련해 기업에 어떤 점을 해야 한다고 조언 부탁드립니다.
AI 핵심적인 인프라를 갖춰서 AI 강국으로 발전할 수 없는 것은 아닙니다. 국내 기업에서는 AI를 도입하려는 의지가 강렬하지만 이를 실행할 여력이 아직 부족합니다. 대기업은 투자할 수 있지만, 중소기업과 중견기업은 진입 장벽이 너무 높아 AI를 도입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습니다.
현재 대기업과 중견·중소기업 간 AI 디바이드(AI Divide)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기업에게 CEO의 AI 한마디가 굉장히 중요해요. 지금 AI에 대한 장밋빛 미래만 얘기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CEO, 레벨에서 AI로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은 안 되는지 그리고 AI를 쓰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지 등에 대해 먼저 이해하고 직원들에게도 기본 소양 교육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러한 AI 활용 측면에서 인재는 물론 전담 연구인력까지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 연구자로서 국가AI연구거점을 이끄는 리더로서 앞으로 5년 한국이 반드시 선점해야 할 AI 분야나 방향성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마지막으로 부탁드립니다.
카이스트 부임 이전에 삼성SDS에서 근무했는데 당시 회사 사토가 ‘AI 모형 일체화’였습니다. “AI의 한 줄기가 우리나라 전체를 먹여 살린다”라는 믿음을 갖고 회장이 직접 강조한 것이었죠. 이를 AI에 대한 엄청나고 독특한 AI 비전이라고 생각합니다.
스탠퍼드대 HLI(Human-Centered AI) 연구소에서 매년 각 국가의 AI 평가 랭킹을 매기는데 한국이 그 어떤 항목에서도 선두를 달리고 있지 못합니다. AI 모델이 매년 달라질 만큼 강력한 틀을 갖고 있지는 않더라고요. 저는 이런 부분을 앞으로는 바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AI 분야는 개수가 중요한 게 아닙니다. AI를 잘하는 나라와 얼마나 똑똑한지를 보는 게 중요합니다. 지금 AI 초기 투자가 많이 나오는데 이 분야도 비슷한 맥락이에요. 이를 통해 우리나라를 매력적인 인재들의 허브로 만들고 협력 생태계를 구축하여 대한민국이 글로벌 AI 경쟁에서 주도권을 확보하는 데 이바지하는 것이 저희 국가AI연구거점의 가장 중요한 목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