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로봇이 협력하고 상호작용을 하는 시대 올 것”
총체적 변화 필요…“AI 인프라 구축 능력도 부족”
“외산 모델에만 의존하면 AI 주도권 뺏겨”
“이제는 하나의 인공지능(AI)가 아닌 여러 AI가 협력해야 하는 시대가 옵니다. 피지컬 AI 다음 단계는 멀티에이전트입니다.”
김기응 국가AI연구거점 센터장이자 KAIST 김재철AI대학원 교수는 인공지능 기술의 진화가 물리 세계와 상호작용을 하는 피지컬 AI에서 AI 로봇 사이의 상호작용을 하는 멀티에이전트 기로 진화한다고 진단했다. 인간처럼 행동할 수 있다면 다음은 서로 협업하는 능력을 가능하게 하는 AI가 핵심이 될 것이라는 얘기다.
김기응 교수는 “에이전트가 서로 간 의도와 상황을 추론해 협력하게 만드는 것”이라며 “인간처럼 눈치 보고, 맥락 파악도 하고 도와주는 추론 기반 협업 AI 시대가 올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어 “AI도 상황과 상대의 행동을 파악하고 도와줄 수 있어야 한다”며 “어린아이도 타인의 행동과 상황을 쉽게 판단해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알고 도와주지만 AI는 그런 수준에 이르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현재 국가AI연구거점 센터를 이끌고 있다. 이 센터는 카이스트를 중심으로 고려대·연세대·포항공대(포스텍) 연구팀과 스탠퍼드대, 코넬대, 뉴욕대, 토론토대 등 12개의 국제공동연구기관과 포스코·LG 등 5개 대기업, 포티투마루, 인이지 등 7개 스타트업이 모여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글로벌 AI 경쟁력 3국(G3) 도약을 목표로 국차 차원의 AI 연구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설립됐다.
영국의 ‘앨런 튜링 연구소’를 벤치마킹해 대학 중심의 AI 기초 연구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설립됐다. 5년간 정부 지원금 440억원을 포함한 총 946억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단기 성과보다 장기적 원천 기술 확보에 중시한다.
국가AI연구거점에서는 현재 대형 모델을 개발에 대한 연구보단 뉴럴 스케일링 법칙 초월 연구,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 연구 등과 같은 원천 기술 확보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이는 센터 예산이 딥시크과 같은 거대 모델을 개발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이유가 크다. 거대 모델 개발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그는 “초거대 모델 하나를 훈련하는 데 드는 비용이 센터 예산 전체보다 많다”며 “당장 거대 모델을 개발하기보다는 학술 연구 역량 강화와 원천 기술 확보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국내 AI 생태계 전반에 대한 냉철한 평가도 내놨다. 그는 “지금 모든 분야에서 AI 후발주자”라며 “국내는 자율 주행, 스마트팩토리 등 대부분 AI 분야에서 후발주자”라며 “제조업 강국이라 불리지만 AI로 전환하는 능력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AI 인프라 문제도 꼬집었다. 그는 “국내는 AI 인프라도 부족하지만 AI 인프라를 구축하는 기술 자체도 부족하다”며 “과거부터 기업 문화가 폐쇄적이고 자체 시스템을 구축하는 기업들이 많아 AI 인프라 구축에 기반이 되는 클라우드 컴퓨팅 역량이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고 언급했다.
이어 김기응 교수는 “AI 기술 선점을 위한 총체적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힘주어 강조했다. 그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향후 5년 후 AI 분야 어떤 기술이 주목을 받을 것이라고 예상하나.
“‘피지컬 AI’ 다음 단계로 ‘멀티에이전트 AI’가 핵심 기술로 부상할 것이다. 지금까지는 하나의 AI가 물리적 세계에서 사람처럼 행동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면 앞으로는 여러 AI가 협력해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는 시대가 다음 단계라고 생각한다. 멀티에이전트 AI는 서로 다른 에이전트들이 의도와 상황을 추론하고 통신이 제한된 상황에서도 협력할 수 있도록 설계될 수 있도록 발전하는 식이다. 이는 사람처럼 눈치 보고, 맥락을 이해하며, 상대를 도와주는 추론 기반 협업 AI를 구현하는 방향으로 진화할 것이다.”
– 멀티에이전트가 우리의 삶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나.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이 될 것이다. 과거에는 ‘AI 어시스턴트’라는 표현을 썼지만 요즘은 ‘코파일럿’, ‘코사이언티스트’ 같은 표현을 쓴다. 사람과 동등한 수준에서 협업하는 AI가 표준이 될 것이다.”
– 멀티에이전트 분야 어떤 연구를 진행하고 있나.
“멀티에이전트의 협력 구조를 게임이론 기반으로 연구하고 있다. 에이전트 간의 협력 능력을 키우는 알고리즘을 확장하고 있다. 정해진 규칙 안에서 서로의 의도를 직접적인 통신 없이도 행동을 통해 파악할 수 있도록 학습시키는 것이 핵심이다. 예를 들어 카드게임처럼 팀원간 명시적으로 정보 공유가 안되는 상황에도 협력하는 방식을 AI에 학습시키는 연구를 하고 있다. 에이전트 수가 많아질수록 통신량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기 때문에 제한된 통신 환경에서도 협력이 가능한 구조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 국가AI연구거점센터에서도 멀티에이전트 관련 연구를 하고 있나.
“국가AI연구거점 내 참여 교수 중 멀티에이전트 관련 연구를 굉장히 오래 연구한 교수가 있다. 성영철 카이스트 교수가 교통 제어 분야에 멀티에이전트 개념을 접목한 실시간 신호 조정 연구를 하고 있다. 여러 차량 흐름을 고려해 효율성과 공정성 간의 균형을 최적화하는 제어 알고리즘을 멀티에이전트 관점에서 설계하는 연구이다. 교통에서는 단순히 전체 교통량의 효율을 높이는 것뿐만 아니라 대기 시간의 공정성도 고려해야 한다. 효율성만 추구하면 빨리 빠질 수 있는 차량을 우선적으로 통과시키는 전략이 유리할 수 있지만 이는 일부 차량들에겐 불공평할 수 있기 때문에 이 사이의 균형을 AI를 활용해서 찾는 연구이다. 교통 흐름을 효율성과 공정성 사이에서 최적화하는 알고리즘을 찾는 것이다.”
– 국가AI연구거점센터가 왜 중요한가.
“우리나라의 AI 인재들은 개별적으로 뛰어난 역량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이들 역량을 한데 모아 공동의 방향으로 연구를 수행할 기회는 많지 않았다. 국가A 연구거점센터는 이러한 인재들이 힘을 모아 핵심 기술을 연구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하는 데 의의가 있다. 해외 사례를 봐도 인도, 일본, 캐나다, 영국 등 대부분의 국가들이 정부 지원을 기반으로 한 AI 연구 허브를 운영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처럼 중심 역할을 할 수 있는 AI 연구거점의 필요성을 느낀 것이라고 본다.”
– 한국이 AI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어떤 전략이 필요하나.
“단일 전략보다는 복합적 정책이 필요하다. 단기간에 AI 경쟁력을 끌어올리려면 규제, 인력, 인프라 등 다양한 요소가 동시에 변화해야 한다. 현재는 모든 분야에서 후발주자인 것 같다. 자율주행과 스마트팩토리 등 선점이 가능했던 분야에서도 뒤처지고 있다. 제조업에 강점이 있었지만 AI 제조 분야가 강력하지 않다. 우리나라가 제조업 강국이니 제조업을 돕는 산업 AI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다른 AI 분야를 희생하면서까지 산업 AI를 집중해야 하는지는 의문이다. AI 도입에 전혀 준비가 되지 않은 기업들에겐 밑빠진 독에 물붓기가 될 것이다.”
– 국내 AI 산업 발전의 가장 큰 제약은 무엇이라고 보나.
“첫째는 인프라 부족이다. 폐쇄적인 기업 문화로 인해 클라우드 활용률이 낮고 자체 시스템을 고집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로 인해 AI 인프라를 구축하는 기술 자체도 뒤처져 있다. 둘째는 데이터 규제 문제다. 개인정보 보호나 지식재산권 이슈로 인해 학습 데이터 확보가 어렵다. 중요한 것은 국내 기술이 아닌 외산 모델에만 의존할 경우 AI 주권을 잃을 수 있다. AI 의존도가 높아지는 만큼 국내 독자적인 모델 개발이 병행돼야 한다.”
– 인재 확보 문제는 어떤가.
“우수한 인재들이 유학을 떠나고 졸업 후에는 해외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 유학생이 해외에서 국위 선양을 하는 측면도 있지만 국내 생태계에 인재가 정착할 수 있는 기반이 부족하다. 특히 중소기업과 대기업 모두 인재 부족을 호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저출산 문제까지 더해지며 인력 확보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 그럼 인재 확보나 연구 생태계 조성을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나.
“졸업생들이 대학원에서 쌓은 연구를 기반으로 실생활에 적용할 수 있도록 창업이나 연구소 연계 등 실질적 지원이 필요하다. 졸업 후 2~3년간 연구소나 정부 과제를 통해 연구를 이어가고 이후 이를 바탕으로 스타트업을 만들거나 산업계에 기술을 이전하는 구조가 마련돼야 한다.”
– 국내 AI 분야 연구비 확보에 대한 애로사항은 없나.
“최근 AI 관련 학과와 교수 수는 빠르게 증가했지만 정부의 전체 R&D 예산에서 AI 분야가 차지하는 비중은 비례하게 늘지 않았다. 이로 인해 신임 교수들이 연구비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경쟁률도 치열하다. 연구비 규모 자체를 확대하는 정책적 조치가 시급하다고 본다.”
– 해외의 AI 연구거점 기관들과 비교해 국내 수준은 어떠한가.
“일본과 비교해도 연구비 규모는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물론 GDP나 국가 사정을 고려해야 하지만 절대적 규모 측면에서는 여전히 부족하다. 다만 국내 대학원생들의 학술 연구 역량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 친구들이 뿌리를 내리고 활동할 수 있는 생태계가 학교 바깥에 조성이 돼 이들이 창업하거나 산업으로 진출해 성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AI 분야에서 우리나라가 선점할 수 있는 영역은 무엇이라고 보나.
“솔직히 말해 지금은 거의 모든 분야에서 뒤처지고 있다고 느낀다. 기술, 규제, 인력 등 AI 분야 선점이 녹록하지 않다. 데이터 규제도 허들이 되고 있다. 작은 과제들보단 큰 과제를 만들어야 선점할 수 있는 분야가 생긴다. 산업 AI도 중요하지만 다른 AI 분야를 희생하면서까지 집중할 수는 없다. 잘하는 부분은 더 강화하고 부족한 부분은 빠르게 보완해 나가야 한다.”
– 그럼 국내 연구 환경은 어떤가.
“매우 열악한 상황이다. 대학원생들의 학술 역량은 세계적인 수준이지만 이들이 졸업 후 뿌리내릴 수 있는 산업 및 창업 생태계는 취약하다. 연구성과가 산업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졸업생들이 2~3년간 연구를 이어가며 실생활에 맞게 발전시킬 수 있는 제도적 기반과 지원이 필요하다. 현재처럼 창업 환경이 위축되고 연구 자금 확보가 어려운 구조에서는 우수한 인재들이 국내에 머무르기 힘들다. 이는 곧 인력 유출로 이어진다.”
– 현재 국가AI연구거점센터에서는 어떤 주요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나.
“두 가지 핵심 과제를 중심으로 연구를 진행 중이다. 첫 번째는 ‘뉴럴 스케일링 법칙 초월 연구’로 스케일링 법칙에 의하면 초거대 AI 모델을 만드는 데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고 초월하는 새로운 패러다임과 방법론에 대해 연구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로봇을 위한 파운데이션 모델 구축을 위한 연구다. 예산상 초거대 모델 자체를 만들기는 어렵지만 그 기반이 되는 원천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곧 로봇 실험실도 구축된다.
–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은 어떻게 학습되나.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은 텍스트뿐만 아니라 이미지, 음성, 비디오 등 다양한 멀티모달 데이터를 활용해 훈련된다. 로봇이 현재 상황을 시각적으로 인식하고 인간의 명령을 자연어로 받아들여 자율적으로 동작할 수 있도록 설계된다. 이렇게 움직이면 세상이 어떻게 바뀔까 예측하는 월드 모델까지 함께 학습돼야 한다. 다양한 모달리티 데이터를 통합해 한꺼번에 넣고 학습시키는 방식이 효과적이다.”
– 이러한 연구가 산업에는 어떤 영향을 줄 것으로 보나.
“미국 AI 기반 로봇 자동화 기업 코바리언트(Covariant) 사례처럼 로봇이 머신러닝 기반으로 포장 작업을 수행하고 말로 명령을 이해해 복잡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 기존에는 수작업으로 좌표를 입력하고 프로그램을 짜야 했다면 파운데이션 모델을 활용한 로봇은 음성 지시만으로도 작업을 수행한다. 코딩 입력이 아닌 대화로 로봇이 고난도의 작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 로봇 학습에 필요한 데이터는 어떻게 확보되고 있나. 데이터 수집에 어려움은 무엇인가.
”일부 오픈 데이터셋과 소프트웨어 시뮬레이션을 활용해 데이터를 수집 중이다. 하지만 실물 기반의 물리적 데이터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국내 제조 현장은 매우 보수적이다. AI 프로젝트를 수행하더라도 데이터의 외부 유출을 철저히 차단하는 조건을 단다. 반면 해외 기업들은 AI 기업에 데이터를 공유해 상호 발전을 도모하는 개방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데이터 확보가 관건이다.
– 그럼 이러한 인식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하다고 보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제조업 강국인 한국이 AI와의 결합을 본격적으로 이루기 위해서는 알파고나 딥시크처럼 산업계 전반을 자극하는 결정적 계기가 필요하다. 또 클라우드 인프라에 대한 수용성과 활용도를 높여야 한다. 현재처럼 내부 시스템에만 의존하는 방식으로는 AI 인프라 구축 자체가 어렵다. 산업계 전반의 문화와 마인드가 변화해야 한다.”
– 해외 주요 AI 연구거점 중 벤치마킹하고 있는 곳은.
“영국의 ‘앨런 튜링 연구소’를 벤치마킹하고 있다. 이 연구소도 여러 대학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설립된 만큼 국가AI연구거점의 설립 배경과 유사하다. 초기에는 학술 중심의 연구소였지만, 이후 산학 협력을 통한 기술 이전과 비즈니스 모델까지 발전시킨 점에서 참고할 롤모델로 삼고 있다.”
– 최근 AI 기술의 급속한 발전이 사회적 격차를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이에 대한 의견은.
“가장 우려되는 점은 사회 초년생이나 주니어 인력들이 AI에 의해 대체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장에서 일 배우는 기회를 잃고 있다는 것이다. 실리콘밸리에서도 가장 먼저 내보내는 인력이 주니어 개발자, 초급 애널리스트, 법률 보조 인력들이다. 최근 동료 교수에게서 AI 모델을 활용해 대학원생에게 맡기려던 논문 증명 작업을 혼자 챗GPT로 빠르게 했다고 듣기도 했다. 이처럼 현장 학습의 기회 상실은 장기적으로 사회적 허리를 비우는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정부와 사회가 적극적으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 범용 인공지능(AGI) 시대가 언제 도래할 것이라고 생각하나.
“개인적으로는 현재도 AGI 시대의 초입에 들어섰다고 본다. 챗GPT와 같은 모델이 튜링 테스트를 통과하고 있다. AGI에 대해 더 엄격하게 정의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지금의 AI도 초기 AGI 수준이라고 너그럽게 평가할 수 있다.”
–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말은.
“AI 분야에서 우리나라가 많이 뒤처져 있는 게 사실이다. 그동안 국내는 가성비 중심의 모델이나 실용화 중심 연구에만 집중하면서 클라우드 인프라나 초거대 모델에 대한 인프라 투자는 회피해왔다. 중국은 우리보다 훨씬 더 과감하게 움직이고 있다. 최근에는 알리바바의 ‘큐원Qwen’ 모델이 메타의 라마(LLaMA)보다 성능이 낫다는 평가도 나올 정도로 오픈모델 분야에서도 강력한 경쟁력을 보이고 있다. 이렇게 기술 패권의 판도가 변하고 있는 상황에 우리도 안 해도 된다는 태도보다는 적극적인 인식 전환과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다. 지금 AI에서 뒤처진다는 건 단지 한 산업이 아니라 모든 첨단 산업 전반에서 뒤처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출처 : THE AI(https://www.newstheai.com)